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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win Olaf

몇 호실로 예약하시겠습니까 Hotel


어두운 밤, 싸늘한 공기, 그리고 어김없이 밀려드는 고독함. 그 어떤 상념에도 사로잡히지 못한 채 어느 호텔방의 날카롭도록 차가운 공기를 홀로 대면한다. 어윈 올라프의 호텔에 체크인한 당신은 수 만가지 중 몇 번째 사연을 풀어 보여주겠는가? 당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당신 눈앞에 투명인간처럼 서서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는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가 있다. 그의 신작 HOTEL 시리즈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알랭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그림들은 황량함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황량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는 사람이 자신의 슬픔의 메아리를 목격하게 함으로써 그 슬픔으로 인한 괴로움과 중압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해준다.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글과 인터뷰
김아람, 블링크 매거진
www.blinkreflex.com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암스테르담에 쭉 살고 있는데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내 스튜디오는 전에 교회가 있던 자리에 위치해 있다. 아티스트로써 나는 주로 사진을 찍지만 비디오아트 또한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나의 순수사진은 배경, 인물, 의상들이 철저하게 미리 구상된 연출사진을 주로 한다. 이 작업들을 보고 상업사진 촬영을 제안받는 경우도 있다.






왜 사진을 선택했나.
저널리스트가 되기위해 Utrecht에서 저널리즘을 배우기 시작했었다. 커리큘럼 중에 사진과목이 있었는데 몇 번의 수업을 치르고 나니 사진이 진정 내게 가장 적합한 미디엄이라 느꼈다. 만약 이 길을 걷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약물중독과 알코올중독, 싸구려 매춘으로 30년을 버티다가 어느 빈민굴에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80년대 초 졸업 후 어느 가십저널리즘 매거진에서의 면접에서 떨어지지 않았었다면 실제로 일어났을 일이다. 지금은 그들이 날 채용하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저널리스트를 꿈꿔오던 당신이 다큐멘터리사진이나 포토저널리즘이 아닌 연출사진을 주로 하는 사진작가가 된 것이 의아하다.
나는 인간 내면을 묘사를 위해 주로 연출사진을 작업한다. 이런 종류의 사진은 내가 가진 환상에 대한 탐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내 머릿속 관념들을 실제의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80년대 말 저널리즘 사진가로 경력을 시작했다가 Mapplethorpe, Rauschenberg, Warhol, Lichtenstein과 Joel-Peter Witkin의 작품을 접하게 된 나는 단순히 기록에 불과한 사진이 아닌 다른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1988년 Chessmen 시리즈를 통해 나만의 색깔을 찾아갔다.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페데리코 펠리니, 데이비드 린치, 페드로 알모도바르,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와 같은 칠팔십년대의 감독들의 영화와 헬무트 뉴턴, 기 부르뎅, 크리스토퍼 마코스의 사진작품을 좋아한다.

Hotel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나는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라 다양한 스타일의 호텔에 머무르면서 각각의 호텔 그리고 각각의 방이 품고 있을 사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사람들이 이 곳에 머물다 갔을까? 그들은 이 텅 빈 공간에서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무엇을 했을까? HOTEL 시리즈는 여행에서 흔히 수반되는 덧없는 감정과 아노미에서부터 시작됐다. 새로운 곳에서의 다분히 느껴지는 개인적 불안정상태와 무력감, 권태감은 어느 뚜렷한 사건이나 행위 없이 시간을 정지상태로 머물게 한다. 시리즈의 각 이미지의 제목을 여러 가지 도시명에서 따온 것은 다양한 배경으로 무대를 삼았지만 결국 호텔방 안에서의 공허함은 그 어디나 마찬가지임을 극명하게 드러나게 하기 위함이다.




작업진행은 어떤 식으로 지루어지나.
아이디어의 전체적인 윤곽을 우선 잡는다. 그리고 세트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 맞게 내 아이디어를 재배열 해나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의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섞여 가끔은 내가 기대하지 못했던 기발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촬영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모델에게 나의 의도를 이야기해 그들이 내 의견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모델들 또한 의도적으로 혹은 우연하게 애초의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에 첨가사항을 제공하게 된다.

모델은 어떻게 찾나.
모델 에이젼시를 통해 촬영에 필요한 모델을 충당한다. 특별히 Hotel 시리즈는 모두가 에이젼시를 통해 연결된 모델을 기용했다. 하지만 가까운 지인이나 어디선가 잠시 만났던 사람에게 촬영에 모델로 서주기를 권해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윈 올라프 Erwin Olaf
1959년 7월 2일 네덜란드 힐베르쉼 출생. the Utrecht School of Journalism 졸업. 포토저널리즘과 스튜디오 사진을 혼합하며 1988년 Chessmen 시리즈를 통해 the Young European Photographer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세계 사진문화 전반에 각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그의 사진은 강박증, 성, 폭력, 위선, 극도의 소비심리와 사회적 규제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으로 보는 이를 도발한다. 이런 그의 작품세계는 광고 업계의 주목을 끌었고 Lavazza, BMW, Microsoft, Nintendo 등의 대형회사들의 광고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칸국제광고제에서 1999년 Diesel Jeans 캠페인광고와 2001년 하이네켄 광고로 Silver Lion을 연이어 수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