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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tie Davies

나, 당신, 우리 모두의 기억을 공유합니다 Memories and Nightmares


기억. 기억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사이를 연결하는 기록이다. 그 중에서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 특별한 것은 자아 존재에 대한 초기 언급이기 때문이다. 이 초기의 기록은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며 끄집어내지고 이야기되는, 되풀이 과정을 통해 재구성돼 애초의 기억과는 전혀 다르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래서 하나의 동일 사건에 대해서도 천차만별의 기억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악몽. 현실에서는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요소들로 채워진 악몽은 오로지 잠들어있는 동안에는 그럴싸하게 느껴지는데 이로써 현실 불가능한 경험을 가능케 한다. 또 악몽을 기억하는 데는 저마다 다른 방식을 취하는데 독특한 개인성이 반영된다. 또렷한 기억을 통해 명확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몽에서 수반된 특정 감정이나 장소만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기억과 악몽은 개개인의 선택적인 수집의 결과다. 2008년 영국 사진작가 로티 데이비즈는 주변 친구들로부터 그들의 어린 시절 기억과 악몽을 하나 둘 모아 Memories and Nightmares 시리즈를 완성시켰다.

글과 인터뷰 김아람, 블링크 매거진 www.blinkreflex.com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는가.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됐다. 그 기억 중 하나는 남동생이 태어난 1973년 12월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엄마를 향해 병원 복도를 뛰어갔고 도중에 내 오른편으로 놀이방이 있었고 회색 흔들목마가 보였다. 흔들목마는 당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난감으로 보통은 흔들목마에게 곧장 달려갔겠지만 ‘나중에 놀면 돼’하고 생각하며 난 계속해서 엄마에게 달려갔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가 기억하기를 “난 엄마한테 갈꺼야!’하고 소리를 지르며 내가 달려왔다고 한다. 이 기억의 결과물이 바로 The Day My Brother Was Born이다. 이 기억은 내 자신에 잠자고 있던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내 기억 못지않게 흥미로울 타인의 기억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나는 친구들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해 자세하게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친구 중 한명인 캐롤라인은 어떤 흥미로운 기억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 최근에 그녀가 꾼 기묘한 악몽을 대신 얘기해줬다. 그래서 나는 악몽 또한 기억의 또 다른 모습임을 깨닫고 친구들의 악몽에 대해서도 듣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진행은 어떤 식으로 이뤄 지는가.
작업에서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50개에 가까운 타인의 기억을 모았다. 하지만 이 기억들은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거나 흥미롭지만 재연해내기에는 불가능한 초현실적인 것들이 대개였다. 그래서 나는 흥미롭지 못한 기억들에 흥미를 불어넣고자 내 시각의 재해석을 시도했다. 우선 하나의 기억을 선택한다. 나는 전체적인 배경을 중요시 여겨 장소 선택에 있어 신중한 편이다. 그래서 촬영장소를 찾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적합한 장소를 찾았다 싶으면 그 곳과 조화를 이룰만한 모델과 소품들을 찾아 배치시킨다. 이렇게 장소를 찾고 촬영준비를 하는 것에 시간이 꽤나 많이 든다. 시리즈 중 Sophie In Florida를 작업할 때는1시간도 안 걸릴 촬영을 위해 나를 포함한 6명의 인원이 열 세그루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데 하루가 족히 걸렸다.




왜 기억, 악몽을 소재로 선택했는가.
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내면세계는 경험한 이의 회상을 통해 말이나 글과 같은 형태의 ‘이야기하기’로 존재하거나 침묵된다. 하지만 말이나 글로써 재현해낼 수 없는 개인의 기억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이를 시각적 표현으로 재해석해볼 수 없을까 생각이 들었고 기억과 악몽에 접근했다. 본래의 기억은 내 개인적인 느낌을 거쳐 변형되고 재해석됐다. 그리고 특별한 시대적 배경을 첨가해 흥미와 주의를 끌 수 있도록 한 것도 있다. 예로써 Viola As Twins는 1940년대 초 영국의 전시기간을, The River는 영국 섭정기를 배경으로 삼았다.

당신이 어렸을 적 꿨던 악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어렸을 때 악몽을 자주 꾸는 편은 아니었다. 기억나는 악몽들도 희미하게 아른거릴 뿐이다. 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악몽이 하나 있다. 꿈 속에서 나쁜 사람들을 피해 집안을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악몽을 계속해서 꿨던 적이 있다. 그들은 내가 어디에 숨던 나를 찾아냈고 끝내 나는 작은 욕실에 갇히고 마는 그런 꿈이었다. 이 악몽이 반복되던 어느 날 밤 같은 꿈 속에서 나는 집밖으로 나와 뒷마당에 세워놓은 자동차로 향해 뛰어갔다. 나쁜 사람들 중에 키 큰 여자가 나를 뒤쫓아와 총으로 내 가슴을 쐈고 나는 꿈에서 깼다. 그리고 다시는 이 악몽을 꾸지 않았다. 최근에 꾼 악몽은. 대체로 사진 작업과 관련된 꿈이다. 작업에 필요한 장비들을 도둑맞고 길 한복판에 홀로 남겨진 꿈을 주로 꾼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왜 악몽을 꾸는 것 같은가.
내 생각에 악몽은 해결이 시급한 문제에 대한 걱정거리의 표현방법인 것 같다. 때로는 그 문제거리와는 전혀 관련 없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악몽에서의 근심이나 공포, 불안의 감정은 현실에서의 문젯거리에 직면한 우리의 감정과 많이 닮아 있다. 이 같은 감정들은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악몽을 통해 보다 명백하게 느껴진다. 악몽은 해결되지 못한 걱정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다루길 바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인간 내면의 외침이라 짐작해본다. 그리고 실제의 삶에서 문젯거리가 해결되면 악몽은 저만치 물러나게 되거나 또 다른 문젯거리에게 자리를 내주어 악몽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 같다.

사진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내 작업이 솔직하고 완벽하길 바란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보다 생산적이고 즐겁게 작업을 임하려 한다. 사진은 굉장히 즐거울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 곁에서 일할 수 있는 나는 행운아다. 사진은 뇌수술처럼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라도 마음먹으면 제대로 된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사진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특히나 더 어렵다.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다’(물론 이 말은 사실이다.)는 말과 함께 사진작가들에 대한 가치가 저하되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처하고자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의 색깔이 담긴 독창적인 작업을 꾀하려 하고 있다.






로티 데이비즈
1971년 3월 22일 영국 길퍼드 출생.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대학교 철학과 졸업 후 영국으로 돌아와 2000년부터 전문 사진가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Memories and Nightmares로 사진집을 출간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사진 페스티발 Fotosintensi에 참여했으며 그 외 프랑스, 영국을 비롯 유럽과 미국에서의 국제 아트페어에서 전시를 가졌다. 2009년 PX3(Prix de la Photographie Paris) 누드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고 2008년 Taylor Wessing Photographic Portrait Prize에서 우승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