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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xeni Papapetrou

유년기, 그 환상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폴리세니 파파페트루
Polixeni Papapetrou - Between Worlds

글과 인터뷰: 김아람, 블링크 매거진 www.blinkreflex.com
© All pictures: Polixeni Papapetrou



호주 사진작가 폴리세니 파파페트루의 2009년작 Between Worlds에는 말이나 돼지, 토끼와 같은 친숙한 동물 가면을 쓴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어린이의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가면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빌려와 다른 세상을 창조해낸다. 그리고 이들을 조종하는 사회체제에 존속된 다양한 권한을 흉내내며 어른과 세상을 비웃는다.











작업의 주된 피사체가 아이들이다당신의 성장배경이 궁금하다.
호주와는 다른 유럽의 문화 방식을 고수하던 그리스 이민자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어린 시절 호주 태생의 부모님을 둔 아이들과 나는 분명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때부터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관심과 이를 이해하기 위한 지속적인 탐구를 해 왔다부모님은 나를 단정하고 말끔한 아이로 키우길 원하셨다어머니는 매번 새로운 옷을 손수 만들어 입혀주곤 했다이런 내 어린 시절의 생활방식은 현재 내 사진작업의 분위기와 내가 추구하는 예술관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당신이 바라보는 유년기당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유년기는 어떤 모습인가.
오늘날 아이들의 위치를 바라보려 했다우리는 아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이들을 묘사하고 어떻게 이들을 대하고 있는가나는 아이들을 통해 가장 진실된 유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유년기의 물리적심리적감정적 공간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탐구하기 위해서다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유년기에 대한 문화적 정의로 자연과 사회 체제 안에서 아이들의 유약함을 반영하며 전통적인 그리고 현대적인 두 가지 시각에 의거해 유년기를 묘사하려 한다

15년 동안 변호사로 지냈다고 들었다.
예술가가 되는 것에 대한 열정을 멈출 수 없어 변호사로 일하면서 아트스쿨에 들어가 사진 공부를 병행했다. 1990년대 초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아티스트로 본격적인 사진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0년부터였다나와 함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조직적이고 치밀하다고 말한다이러한 면모는 변호사로 일해온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다.


당신을 사진작가가 되게 한 계기가 있었다면.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미술 수업에 참여할 때마다 스스로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다그래서 나는 학문적인 흥미에 초점을 맞췄고 자연스레 로스쿨에 들어가게 됐다그러다 두 가지 사건에 의해 사진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예술가의 길을 택하게 됐다학생 시절 어느 아티스트의 모델로 함께 작업을 하는 동안 그의 지인들을 만나게 됐다그들은 로스쿨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었다이 사람들에 대해 점점 호기심이 생겼고 그들과 어울리고 있는 내 모습이 가장 나답다고 느꼈다또 비슷한 시기에 서점에서 우연히 Diane Arbus의 작품집을 보게 됐다그녀의 사진에 크게 감동했고 나 또한 직접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꼈다아직까지도 새로운 작업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면 그녀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다시금 영감을 얻곤 한다.

 

어떤 사진을 선호하는가.
순전히 카메라의 기계적인 방식에만 따른실재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사진은 지루하다회화적이며 이야깃거리를 제시하는 사진작업을 주로 하려 한다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예쁜 의상을 입혀 창의력을 무한하게 발산할 수 있는 사진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 Ralph Eugene Meatyard Cindy Sherman은 다양한 캐릭터를 끊임없이 선보이는 대단한 재능을 지녔다 Yasumasa Morimura의 자신 스스로를 거듭해서 재발견하는 작업 방식과  Miwa Yanagi의 스토리텔링방식을 좋아한다또 나는 프랑스와 19세기 영국 빅토리안 타블로 사진에 등장하는 의상과 퍼포먼스에 크게 매료돼 있다이 중에서도 Lady Hawarden가 그녀의 딸을 찍은 사진과 HannahCullwick Countess de Castiglione의 사진을 꼽을 수 있겠다. Julia Margaret Cameron, Lewis Carroll, Oscar Rejlander와 같은 19세기 포트레이트 사진가들의 시각은 그 시대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 것 같다그들은 환상상징퍼포먼스극화를 다루며 컨템포러리 사진과 많이 닮아 있다.


Between Worlds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오랫동안 마스크가 지닌 변신 능력에 흥미를 갖고 있었고 사진 작업에 가면을 사용하기 이전부터 가면을 수집해 왔다.가면은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동시에 평범함을 색다르게 느끼도록 한다이것이 사진 속 가면의 역할로 특히 아이덴티티를 묘사할 때 강한 힘을 발휘한다지난 2002년 Phantomwise 작업에 처음 가면을 사용했다이후 가면에 대한 아이디어를 작업에 계속 적용시키고자 했지만 적당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다 2008년 일본 우에노의 어느 장난감가게 밖에 걸려 있던 말머리 가면을 본 딸아이가 사진작업에 좋은 소품이 될 거라며 사달라고 졸랐다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 나는 그 말머리 가면을 사진작업에 사용하기로 했고 말 가면을 쓴 딸아이와 친구의 사진을 찍었다그 결과물이 이 시리즈의 The Players



이번 시리즈도 딸 올림피아와 함께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올림피아는 당신의 뮤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신의 작품에 항상 등장한다.
이 시리즈에 포함된 각 이미지의 제목도 올림피아가 붙였다자신의 자녀를 모델로 세워 작업을 하는 나는 엄마이자 아티스트로 아이들을 주제로 한 예술에 특히 관심이 많다내 생각에 이런 작업들은 시각적 연출을 통해 아이의 영역을 공유하며 우리가 이상화하는 사회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는 것 같다내 작업은 보는 이들을 환상이나 스토리텔링의 영역으로 이끄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의 범주 안에서 아이들을 묘사하기 위한 시도로 이중적 목적을 지닌다. 'The Art Life'라는 웹사이트의 필자가 당시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에서 선보이고 있던 Olympia as Lewis Carroll's Xie Kitchinas China Man (off duty)에 대한 혹평을 게재한 적이 있다이 작품은 19세기 Lewis Carroll의 사진을 재해석해 올림피아를 중국인처럼 꾸며 작업한 사진으로 필자는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억측까지 내세웠다또한 엄마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운운하며 문제를 거론했고 New South Wales Department of Community Services(호주의 사회복지 서비스이자 아동보호시설)에 신고될 만큼 작업에 내 딸아이를 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적었다비평은 굉장히 주관적인 견해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때로는 그 진의나 목적이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

왜 동물가면 속 모델을 아이들로 택했나.
유년기는 유아기와 성인기의 중간 시기다이렇게 중간 상태에 위치한 아이들의 모습을 다양화하는 이 작업 안에서 아이들은 동물을 묘사하며 연기를 펼친다세상의 가장자리나 시대의 끝자락의 느낌을 주는 공간을 택해 아이들이 동물 왕국에 들어갔다는 상상을 자아내고도 싶었다그리고 무엇이 사람과 동물 그리고 아이와 어른을 분리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이런 모호한 범주가 동물과 아이들의 공통점이라 느꼈다.

 

가면을 이용한 작업을 계속할 생각인가.
현재 진행중인 작업 또한 가면을 통한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는 방식인데 같은 마스크를 각 인물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개조했다그들은 흡사한 외모로 가족의 구성원이거나 친족집단 마을의 인물들처럼 보일 것이다아이들에게 노인 가면을 씌워 가면 뒤 아이들의 실제 아이덴티티를 숨기고 아이에서 성인노인으로 아이덴티티를 확장시킨다가면은 아이들이 나이성별을 넘어 미와 추함의 경계까지 넘어서게 하게 한다아이들에게 노인의 얼굴과 아이덴티티를 부여했지만 어설픈 흉내에 그칠 것 같진 않다오히려 이 작업에서 아이들은 Lewis Carroll(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의 소설이나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별나고 특이하지만 사랑스러운 인물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캐릭터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나.
영국식 코메디를 즐겨 본다영국 코메디는 언제나 별난 괴짜들을 선보이는데 스크립트를 살펴보며 그 재기에 감탄할 때가 많다. Little Britain이나 Absolutely Fabulous, The Young Ones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굉장히 그로테스크해 보는 이를 질겁하게 만든다하지만 이 불쾌함은 이상한 호기심을 자아내고 흥미롭게 느껴진다가끔 나는 이 비호감형 인물들에게서 Diane Arbus의 사진 속 인물들을 떠올리곤 한다.




1960년 호주 멜번 출생. 멜번 대학교 법학과, 예술학과 학사 졸업 후 RMIT University - Master of Arts (Media Arts) 및 Monash University – PhD 과정에 이어 Monash University에서 겸임연구위원을 지냈다. 현재는 멜번 베이스의 전업순수예술 사진작가로 1991년부터 40회가 넘는 개인전과 70회 이상의 그룹전을 열었다.